금으로 이어진 흔적, 킨츠기(金継ぎ)
오래 사용한 기물에는 시간이 남습니다. 표면에는 작은 흠집이 생기고 가장자리가 닳기도 하며, 때로는 금이 가거나 깨져 더 이상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일본에는 이렇게 깨지거나 이가 나간 기물을 다시 잇는 ‘킨츠기(金継ぎ)’라는 전통적인 수선 방식이 있습니다. 옻의 접착력을 이용해 파손된 부분을 이어 붙이고 여러 차례 메우고 다듬은 뒤, 마지막에는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분으로 그 자리를 마감합니다. 옻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천천히 굳기 때문에 각각의 과정 사이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나의 기물을 완성하기까지 두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킨츠기의 역사는 일본에서 차 문화가 발달하던 무로마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귀하게 여겨지던 그릇이 깨지거나 이가 나면 버리는 대신 수선해 다시 사용했고, 옻칠과 마키에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선한 자리에 금을 입히는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킨츠기가 흥미로운 것은 수선의 흔적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무언가를 수선한다면 어디가 깨졌었는지 알 수 없도록 처음의 모습에 가깝게 되돌리는 것을 떠올립니다. 킨츠기는 한번 깨졌던 자리를 금빛의 선으로 남깁니다. 금이 길게 이어졌다면 그 길을 따라 선이 생기고,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면 그 자리를 메운 흔적이 새로운 형태로 남습니다.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두 개의 그릇이라도 어디에서 금이 시작되고 어느 방향으로 갈라졌는지에 따라 수선 뒤에는 서로 다른 모습이 남습니다. 우연히 생긴 파손의 흔적이 그 기물만이 가진 새로운 표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킨츠기는 깨진 것을 처음의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라기보다, 그 기물이 지나온 시간을 남긴 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수선에 가깝습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과 사용하며 생긴 변화, 깨졌던 순간과 다시 이어진 시간이 하나의 기물 안에 함께 남습니다.
새것에는 아직 없는 시간이 오래 사용한 것에는 있습니다. 사용하며 생긴 흔적도 있고, 우연히 금이 간 순간도 있으며, 그것을 버리지 않고 다시 고쳐 쓰기로 한 사람의 선택도 있습니다. 킨츠기는 그 시간을 처음의 모습 뒤로 감추지 않습니다. 깨진 곳을 따라 생긴 금빛의 선은 이 기물이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는 듯 되돌려놓는 대신, 깨진 뒤에도 그 시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쿠시에도 유리 주전자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주전자에 금이 갔습니다. 새로운 것을 구하는 대신 다시 사용하기 위해 킨츠기를 맡겼고, 그 뒤로 꽤 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전과 완전히 같은 모습은 아닙니다. 투명한 유리 위로 한때 금이 갔던 자리를 따라 새로운 선이 남았습니다. 그 선이 생기기 전까지 하쿠시에서 사용해온 시간과, 금이 간 뒤 수선을 위해 떠나 있던 시간까지 이제는 모두 하나의 기물 안에 이어져 있습니다.
다시 하쿠시의 테이블에서 사용될 주전자는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다음 시간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킨츠기가 이어주는 것은 어쩌면 깨진 조각만이 아니라, 그 기물과 함께해온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Editor 김하은 @Haeun Kim